[단편] 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것.

나는 BTS다.
본명은 중요하지 않다, 한때 그들이 나를 부르던 이름만이 진짜 내 이름이였다. Backdoor, Table, System—나는 카지노 바닥에서 확률을 움직이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교도소에서 이 회고록을 쓴다.
변호사는 “수사에 협조해 진술하면 감형해 주겠다.” 라며 사법거래를 제안했다. 나는 감형보다 그곳에서 있었던 진실을 기록하려고 한다. 누가 먼저 떨어졌는지, 누가 마지막까지 날고 있었는지. 그걸 적지 않으면, 내가 한 일이 그냥 잘못된 코드의 오류 한 줄처럼 느껴진다.
황제 카지노. 그 이름을 들으면 아직도 손바닥에 땀이 난다.
"황제".
그는 처음부터 황제가 아니었다. 포커 테이블에서 이름을 날린 그를 보며 사람들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텍사스 홀덤, 블러핑, 상대의 숨결까지 읽는 손놀림—그는 “운”이 아니라 공기를 이겼다.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린 세계 포커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고 나온 날, 그는 텔레비전 앞에서 말했다.
“저는 날 수 있어요. 다만 날 수 있다는 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저는 아니지만요.”
관객은 박수쳤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은 유행처럼 번져, 언제부턴가 서비스 멘트가 되고, 협박 멘트가 되고,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저주가 되었다. 그건 뒤 이야기다.
우승 뒤 황제에게는 사업 명목의 투자가 몰려왔다. 사업가들부터 유명 CEO, 재벌, 연예인들까지. 모두가 "황제" 라고 불리는 그의 네임밸류를 원했다.
건물, 라이선스, 인테리어, 홍보—숫자는 화려했고, 실제 돈의 흐름은 더 화려했다. 그의 오랜 야망이였던 황제 카지노가 문을 연 날, 그는 다시 포커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이제 나는 카드를 깔지 않아. 판을 깐다.”
곁에는 "째깍" 이 있었다. 송금책, 연인, 그리고 그의 시계처럼 정확한 사람. 째깍은 계약서에 날짜를 찍을 때마다 입술을 가늘게 움직였다. “오늘까지.” “내일까지.” 그 소리가 모이면 째깍—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카지노가 커지자 황제는 대부업을 곁들였다. “빚은 친절”이라고 했다. 지는 손님에게 좌절이 아니라 한 번 더 라는 희망을 팔았다. 친절은 기억에 남고, 기억은 갚게 만든다—그게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나는 그때 시스템 관리자로 들어갔다. 겉으로는 IT, 속으로는 확률의 미술이었다.
나의 일은 단순해 보였다. 슬롯 샤코, 티모, 드래곤이 있는 러와랜드 구역, 온라인 카지노 서버, VIP 룸의 전자 룰렛—유지보수 로그, 백업, 업데이트. 황제는 나에게 말했다.
“BTS, 넌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게 최고의 재능이야.”
나는 눈에 안 띄게 기대값을 움직였다.
손님이 연승하면 알고리즘이 숨을 고르고, 큰손이 들어오면 환수율이 미세하게 기울었다. 온라인은 더 쉬웠다. 화면 속 잭팟은 화려했고, 서버 속 숫자는 조용했다. 도박사의 논리, 큰수의 법칙, 그것들은 여기서 통하지 않았다.
황제는 내 보고서를 읽으며 웃었다.
“우리는 카드를 속이지 않아. 판 그 자체를 속이지.”
그 돈으로 황제는 건물을 샀고, 째깍은 전용 기사를 구매해 마스터를 갔고, 나는 조용한 아파트와 조용한 죄책감을 샀다. 죄책감은 이자가 없어서, 갚을 수가 없었다.
황제는 가끔 포커 홀에서 옛 손님들과 한 판씩 했다. 그때만 그의 눈이 다시 양반으로 돌아왔다. 한 번 이기고 나서 그는 말했다.
“보이지? 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남한테 말할 때는 멋있지.”
째깍은 대답했다. “우리한테는 아직 해당 없어.”
그때 나는 믿었다. 해당 없음은 영원히 지속되는 상태라고.
"구펭" 은 처음에 바람처럼 들어왔다. 한량, 돈 많음, 말 많음, 패는 그럭저럭. 그는 홀덤에서 황제에게 살짝 이겼다—황제가 일부러 준 판이었는지, 구펭이 진짜 읽은 판이었는지는 아직도 논쟁이다. 구펭은 이겨 놓고도 겸손했다. “운이죠, 황제 님. 저는 그냥 놀러 온 사람입니다.”
황제는 구펭을 좋아했다. 째깍도. 구펭은 자금을 대줬다. “사업이죠. 카지노는 분위기가 전부예요.” 그의 수표는 깨끗했고, 눈빛은 더 큰 판을 꿈꾸는 눈빛이었다.
어느 순간 구펭은 친구가 아니라 투자자가 되었고, 투자자는 곧 먹이가 되었다. 구펭은 VIP 룸에서 “이번엔 진짜 큰 거” 를 들었다. 비밀 장부, 온라인 수익, BTS가 만지는 숫자—구펭은 귀가 얇았다. 돈 많은 한량 구펭은 돈이 더 많은 이야기에 약하다.
그는 결국 한 방을 노렸다. 황제의 금고 정보, 째깍의 계약서 복사본, 내 서버 접근 로그—구펭은 “내가 황제를 잡고 일등이 되겠다.” 고 속삭였다. 속삭임은 누군가에게 녹음되기도 한다.
구펭이 큰돈을 노리던 주, 그의 판돈은 흩어졌고, 이름은 리스트에서 내려갔다. 그는 카지노 근처를 전전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향수 냄새가 났고, 이제는 비 오는 날의 담배 냄새가 났다. 그는 여전히 웃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난 과거에 꽤 잘나갔어요.”
그 웃음이 제일 슬펐다.
"로시스트" 는 회사원이었다. 건실함은 유전자처럼 붙어 다녔다. 동료들이 회식 대신 카지노를 가자 해서, 호기심 하나로 황제 카지노에 들어섰다. 그날 그는 강타에서 이겼다. 초심자의 행운—실제로는 딜러가 피로했던 건지, 황제가 “신선한 손님”에게 맛보기를 준 건지, 나는 로그로 안다. 로그는 냉정하다.
로시스트는 이겼다고 해서 바로 중독자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다음 주에 또 왔다. “이번엔 조금만.” 그다음 월급날만 기억했다.
카지노 앞에서 구펭을 만났다. 구펭은 담배를 나눠 주며 말했다.
“형씨, 여기는 놀이터가 아니에요. 사육장이죠.”
로시스트는 웃었다.
“댁은요?”
구펭은 씩 웃었다.
“나는 전시 사육장 안내원. 그리고 어떨 땐 그 사육장 안의 원숭이.”
둘은 친해졌다. 친구는 같이 망하는 속도를 늦춰 주지 않는다. 로시스트는 대출 서류에 사인했다. 째깍이 “연대보증은 회사원에게 국민 운동”이라고 농담했을 때, 황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시스트의 건실함은 월세 고지서 앞에서 먼저 무너졌다. 그는 구펭처럼 거리를 전전했다. 넥타이는 주머니에 넣고, 과거 회사원이였던 시절의 로시스트는 이제 허름해진 넥타이와 함께 안에 넣었다.
"유진" 은 모토가 있었다. “인생은 한 방.” 도파민 중독자, 한탕주의자, 그의 뇌는 잭팟 사진을 종교 아이콘처럼 숭배했다.
그의 교회는 러와랜드였다. 제단은 샤코, 티모, 드래곤—세 기계는 이름만 다르고, 기도문은 같았다. “이번만.” “한 번만.” “진짜 마지막.”
유진은 졌다. 또 졌다. 또. 그의 계좌는 0이 되었고, 0은 숫자가 아니라 방이 되었다—나갈 문 없는 방.
그는 카지노 뒷골목에서 구펭과 로시스트를 만났다. 셋은 처음에 서로를 경멸했다. 한량, 회사원, 한탕주—망한 삼위일체.
로시스트가 말했다.
“우리 패밀리 만들자.”
구펭이 물었다.
“이름은?”
유진이 대답했다.
“…로진구?”
유진이 눈을 빛냈다.
“각각의 이름을 땄어, 그리고 로망을 믿으며 진실된 구세주를 원한다. 완벽해.”
그렇게 로진구 패밀리가 탄생했다. 그들의 사업은 훈수와 뽀찌였다. 사실상 구걸에 가까운 행위였다. 손님에게 음료를 제공하고, 담배를 팔며 “형, 이번엔 샤코는 3번이요” 같은 조언. 이기면 “축하드립니다, 뽀찌 좀…” 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로시스트가 패밀리 회계장부를 쓰려다 포기한 이유다—수익이 너무 불규칙해서.
해학은 있었다. 진짜로. 구펭이 “우리는 살아있는 카지노의 공익광고” 라고 할 때, 유진이 “돈 내놔, 죽인다?” 라고 받아칠 때, 잠깐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웃음 뒤에는 공허가 있었다. 웃음은 가스라이팅이 아니라 난방이었다—추운 밤, 서로 얼지 않게.
황제는 로진구를 보며 말했다.
“일벌들도 쓸데가 있어, 돈 조금 쥐어주고 잘해주면 뭐든 하려고 하거든.”
째깍은 대답했다.
“우리랑은 근본이 다르지.”
나는 로그만 보며 알고 있었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소리 없이 찾아오는 파멸을.
무너짐은 한 번에 오지 않았다.
카지노에 빠삭한 구펭이 훔친 듯한 USB, 전직 형사 BLUE의 끊임없는 추격, 춘식이라는 세무사의 이중 장부—그리고 비상을 대비한 내 비밀 백도어.
구펭은 망한 뒤에도 한 방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춘식에게 접근했다. “황제 카지노, 숫자가 거짓이에요.” 증거로 내 접근 기록 일부를 넘겼다—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다. 한량은 망해도 정보원이 된다.
춘식은 과거 자신의 연인이였던 져닝이 러와랜드에서 모든 걸 잃고 뛰어내린 뒤, 우연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는 충실한 척 황제를 쓰러뜨리려 했다. 직접 총을 쏘지 않았다. 믿음이라는 탄환을 장전한 뒤 황제의 심장을 쏘았다.
황제와 째깍은 다투는 날이 많아졌다. 째깍은 "나도 날 수 있다고 했잖아!” 라고 소리쳤고 황제는 "추락할 수 있다고도 했잖아!” 라며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그 말버릇이 그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진짜가 되었다.
같은 밤, 경찰은 아니었다. 살상자—예전에 황제에게 망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지하 주차장에 나타났다. 황제는 쓰러지며 나를 불렀다.
“BTS…”
나는 두려웠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 말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서버 원격 접속을 끊으려다 손이 떨려 실패했다. 문이 열린 로그는 내 손끝에서 시작됐다.
째깍은 들이닥치는 형사들을 피해 도망치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녀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롤렉스 시계가 째깍—한 번, 두 번—멈췄다.
나는 달렸다. 붙잡혔다. 게임 조작, 불법 대출 방조, 증거 인멸 시도—죄명은 길다. 황제와 째깍의 최후는 각각 병원과 영안실에서 끝났다.
나는 재판 전에 로진구 패밀리를 봤다. 구펭, 로시스트, 유진—셋은 카지노 정문 맞은편 벤치에 앉아 있었다.
구펭이 말했다.
“나는 새도 결국 떨어졌네.”
로시스트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 우리한테는 예고였어.”
유진이 웃었다. “인생은 한 방이야. 비상(飛上)도 한 방이더라.”
그들은 손님 하나를 붙잡으려 했다. 훈수를 넣고, 음료를 건넸다. 손님이 졌다. 셋은 뽀찌를 요청했다. 손님이 화를 냈다. 셋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나는 그걸 보며 알았다. 해학은 가벼움이 아니라, 무게를 나누는 방법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망했지만, 혼자 망하지는 않았다. 그들에겐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다.
교도소에서 나는 뉴스를 본다. 황제 카지노 건물은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러와랜드의 샤코, 티모, 드래곤은 철거됐다. 누군가는 이제 “블리츠” 가 대세라고 말한다.
나는 내 이름을 버렸다, BTS로 남는다. Backdoor, Table, System. 그의 말처럼 우린 날 수 있었다—숫자 위에서, 코드 위에서, 남의 운명 위에서. 그리고 추락했다. 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황제가 세상에 한 말이, 황제에게, 째깍에게, 구펭과 로시스트와 유진에게, 그리고 나에게 돌아왔다.
가끔 밤이면 귀에서 소리가 난다. 강타 싸움과 샤코의 박스 야바위, 티모가 흥얼거리는 멜로디, 째깍의 시계, 로진구 패밀리가 도망가며 부딪히는 쓰레기통.
그때마다 나는 적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강타에서 이기고,
누군가는 샤코를 돌리고,
누군가는 훈수를 넣으며 뽀찌를 구걸한다.
그리고 언젠가—아니, 반드시—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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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기원 1일차
춘식은 과거 자신의 연인이였던 져닝이 러와랜드에서 모든 걸 잃고 뛰어내린 뒤, 우연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는 충실한 척 황제를 쓰러뜨리려 했다. 직접 총을 쏘지 않았다
그니까 로진구가 거지라는 거죠?